최근 사회 곳곳에서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에는 잔혹한 행위로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신체 손상을 가하거나 생명을 앗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학대 행위는 길고양이에 대한 개인적 비호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길고양이가 인간에게 주는 피해는 극히 일부다. 먹이를 찾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거나 울음소리를 내는 정도일 뿐이다. 이마저도 적절한 먹이주기와 중성화 수술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는 우리에게 오히려 고마움의 대상이므로 이들과 행복한 공존을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방역보안관 길고양이…학대 아닌 고마움의 대상 이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양이를 무차별하게 학대한 사람들에게 처벌을 해주세요’, ‘고양이를 잔혹하게 학대하고 먹는 단체 오픈카톡방을 수사하고 처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은 길고양이 울음소리가 싫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길고양이를 살해한 이들을 처벌해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청원은 26일 기준 각각 4664명, 26만2959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오픈카톡방에서 길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싫다는 이유로 활로 쏴죽이고 두개골을 부수고 집에 가져와 전시해 사진을 찍어 자랑하는 일이 벌여졌다”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에게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카톡방에 공유된 영상 중 하나는 통 덫에 걸린 길고양이에게 휘발유를 부어 불로 태워 죽이며 웃는 역겨운 목소리도 나왔다”며 “정부는 길거리에 내몰린 가엾은 생명들을 외면하지 말고 동물 보호법을 강화해 이들을 처벌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길고양이 학대 문제는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길고양이가 집 마당에 왔다고 수렵용 화살로 쏴 실명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고양이는 구조돼 동물병원으로 이송됐고 엑스레이 촬영 결과, 화살촉으로 판명됐다. 당시 수술을 통해 고양이 머리에 박힌 화살촉은 제거했으나 감염으로 인해 왼쪽 눈은 이미 실명된 상태였다. 해당 범행을 저지른 남성은 법원에서 초범이라는 이유로 2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아파트·주택 근처나 동네 골목 등에서 쉽게 마주치는 길고양이가 모두에게 환대받는 것은 아니다. 길고양이 민원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소음공해와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헤집어 두는 행위, 겨울철 따뜻한 곳을 찾아 주차된 차량 엔진이나 바퀴에 서식해 발생하는 사고 등이다. 흔히 고양이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소음문제는 대개 발정기와 출산 시에 생기는 울음소리이다. 고양이의 발정은 3일에서 10일 정도 지속되며 날씨가 따듯한 계절에 자주 발생한다. 고양이는 1년에 최대 4번까지 보통 2번 정도 새끼를 낳는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를 헤집어 두는 행위는 배고픔과 굶주림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으로 알려진데 반해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년으로 턱없이 짧다. 사람을 피하면서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각종 학대에 노출돼 일찍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 생각은 많은 부분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길고양이들은 인간을 먼저 공격하지도 않고 보행로를 배설물로 더럽히지도 않는다. 오히려 인간에게 이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은영 서대문구길고양이동행본부 대표는 “인간에게 병균을 옮기는 쥐는 고양이 분변 냄새만으로도 지상으로 못 올라온다”며 “고양이는 방역보안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는 고마운 존재다”고 설명했다. 김옥진 원광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야생의 악조건 속에서 사는 길고양이 수명은 평균 3년 정도밖에 안되며 출산 후 생존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최근 여러 조사의 결과를 고려한다면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는 산술적인 계산처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세 유럽에서는 길고양이를 대대적으로 학살을 하면서 천적인 쥐들이 급속히 늘어났고 그 여파로 페스트가 창궐해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상이 죽었다는 분석도 있다”며 “이와 같이 길고양이가 오히려 전염병을 막는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고 사람들과의 유대 증가 등으로 정서적 측면에서도 기여를 한다”고 덧붙였다. 길고양이와의 행복한 공존 위해선…개체 수 유지·급식소 운영 등 중요 길고양이도 생태계의 일원이다. 길고양이와 행복한 공존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길고양이 개체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길고양이 개체 수 유지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는 TNR(Trap-Neuter-Return) 정책이 꼽힌다. 이는 길고양이를 잡아서(Trap) 중성화수술을 하고(Neuter) 다시 살던 곳에 돌려보내는(Return) 방법이다. TNR된 고양이는 왼쪽 귀 끝을 0.9cm가량 자르는데 이미 수술 받은 고양이와 구분 짓기 위한 국제표준 표식 방법이다. TNR이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이유는 고양이가 영역동물이기 때문이다. 무차별적으로 길고양이를 잡아들이면 오히려 빈 영역에 새로운 길고양이가 자리를 잡게 된다. 안전하게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가 다시 영역으로 돌아가게 되면 추가 번식이 없고 발정으로 인한 소음도 줄어들게 된다. 이에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은 TNR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무방비하게 확산하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TNR 사업을 통해 길고양이가 6년간 54%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옥진 교수는 “TNR은 길고양이로 인한 생활 불편 민원해소와 동물보호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인정된 ‘가장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길고양이와의 행복한 공존을 위한 가장 인도적인 방법인 TNR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는 동물보호 예산을 늘리고 동물보호 단체와 같은 민간차원에서도 TNR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에는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도 길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길고양이들의 먹이 문제가 해결되면 음식물쓰레기 봉투 훼손 등의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부터 떨어져 이웃 간의 갈등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은영 서대문구길고양이동행본부 대표는 “다 자란 고양이(성묘)는 나이에 따라 하루에 대략 15~20시간을 잠으로 보내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성묘들은 배가 고파 돌아다니는 경우이거나 대장 고양이들이다”면서 “이것은 곧 고양이는 배가 부르면 잠을 자기 때문에 쓰레기봉투를 찢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급식소 설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급식소를 중심으로 군집을 이루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개체수를 파악해서 중성화를 진행하고 원 위치로 돌려보내면 중성화된 개체가 밥자리를 지키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고양이는 번식본능이 사라져 발정기 소음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김옥진 교수는 “추운 날씨에는 물이 얼어 생존에 필수적인 식수를 먹기 힘들기 때문에 길고양이에게 가장 생존이 어려운 계절은 겨울이다”며 “외국에서는 길고양이들을 위해 물이 얼지 않도록 보온이 되는 시설에 사료와 함께 제공하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곳곳에 설치하는데 국내에도 널리 도입되면 좋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길고양이 문제는 잘못된 정보나 선입견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홍보함으로써 일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TNR을 위한 지자체의 예산 확보와 적용으로 개체 수 조정을 통해 길고양이와의 행복한 공존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