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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사람들]-서대문구 길고양이 동행본부

서대문구길고양이동행본부 2021.09.26 20:17 조회 109

[스카이 사람들]-서대문구 길고양이 동행본부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동네 고양이의 가디언을 자처하는 서대문구 주민들이 모여 설립

‘도둑고양이’→‘길고양이’라는 표현으로 바로잡았을 때 보람 느껴

허경진기자(kjheo@skyedaily.com)

기사입력 2021-05-21 0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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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구 길고양이 동행본부는 고양이의 가디언을 자처하는 서대문구 주민들이 모여 꾸린 비영리단체다. 사진은 조은영 서대문구 길고양이 동행본부 대표. [사진=황정아 기자] ⓒ스카이데일리
 
“서대문구 길고양이 동행본부는 동네 고양이의 가디언(guardian·수호자)을 자처하는 서대문구 주민들이 모여 꾸린 비영리단체예요. 동물들이 도시 생태계 안에서 동물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하죠. 돌봄 활동을 하는 가디언들이 주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지역에 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동물과 사람들 각각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고 기획해 추진하고 있어요. 동물학대에 대한 범죄 인식을 사회 전체가 공감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해 인간과 동물 모두가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현실적 발판을 마련하려는 거죠.”
 
서대문구 길고양이 동행본부(서동행)는 각자 활동하던 활동가들이 2014년 SNS를 통해 만나 소규모의 모임을 만들어 구조 및 입양활동을 한 데서 시작했다. 이들은 공식 급식소의 필요성을 느껴 구청과 의원들에게 수차례 제안했고 그러던 중 2017년 겨울 관악구 길고양이보호협회(관악 길보협) 버스광고를 보게 됐다. 외국인들이 경기도 버스에 개식용금지 광고를 한 일이 떠올라 언젠가 이를 하리라 마음먹었다고 전했다. 마침내 2018년 1월부터 동물권 인식개선 버스광고를 시작하게 됐고, 2018년 3월 관악 길보협 대표의 권유로 본격 단체가 설립됐다.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주민인식 개선·동물친화 정책 제안 등 주요 목표로 활동
      
서동행 카페 회원수는 현재 1100여명이다. 카페 회원들은 주로 동네 고양이의 가디언을 자처하는 서대문구 주민들로 구성됐다. 조은영 서동행 대표는 회원들이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뿐 아니라 주민인식 개선, 동물친화 정책 제안 등을 주요 목표로 활동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서대문구청, 서대문구의회와 협력해 서대문구 최초로 동물정책 토론회와 동물정책 강연회를 실시한 바 있으며 서대문구 최초의 동물권 자원봉사단체로 등록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로 올해 서대문구에 드디어 동물복지팀이 구성됐다고 덧붙였다.
 
“구청과 협의해 동물권 인식개선 전단지와 동물학대방지 전단지를 2018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제작했어요. 서대문구 공동주택에 공문으로 발송하는 등 지역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있죠. 2018년 1월부터 한 달도 쉬지 않고 4년 동안 버스정류장, 마을버스, 구내 현수막 광고를 게시하는 등 꾸준히 활동하며 길고양이 공존과 동물학대 방지에 힘쓰고 있어요”
 
“서동행은 서대문구청과 공공급식소 제작 및 관리 협약을 맺어 길고양이 공공급식소 설치도 추진했어요. 길고양이 급식소는 설치보다 관리가 중요해요. ‘길고양이도 당당하게 밥먹게 하자’는 취지로 기존 급식소와 달리 철제급식소를 특수 제작해 ‘We~풍당당급식소’라는 이름을 붙였죠. 연예인들이 당당급식소에 싸인을 해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했어요. 현재 서대문구청을 제1호로 서대문구의회, 이진아도서관, 연세대학교, 서울디지털문화예술대학교, 이연복셰프의 목란 등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됐어요.”
 
조 대표는 서동행 봉사자들은 철저한 관리를 약속하는 동의서를 작성하고 매일 관리일지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또한 1, 2주에 한 번씩 관리기록도 작성해 개체 수 파악 및 주민 우호도를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급식소를 중심으로 TNR(길고양이를 중성화한 다음 원래 있던 곳에 방사하는 것)도 실시하며 봉사자들은 모니터링한 내용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2018년 1월부터 마을버스에 동물권 인식개선광고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지나가면서 한번이라도 더 눈길을 끌기 위해 이용한 사진작가님의 모델들을 기용해 디자인에 신경을 썼죠. 카피문구도 ‘길냥이 관심 그뤠잇!’ ‘함께 살 개 해달 냐옹!(함께 살게 해달라)’ ‘저도 이 동네 살아용!’ 등으로 유쾌하고 친근한 문구예요. 2018년 8월부터는 버스정류장에도 광고를 시작했어요. 현재 서대문구 마을버스 15개 노선 중 10개 노선, 그리고 5개소의 버스 정류장에 연중 광고하고 있죠.”
 
▲ 서동행은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뿐 아니라 주민인식 개선, 동물친화 정책 제안 등을 주요 목표로 활동한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동물권 인식개선 버스광고, 길고양이 급식소, 급식소 안내판을 설치하는 모습,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홍보 안내판. [사진제공=서동행]
 
“특히 이번에 광고는 영국화장품 브랜드 ‘러쉬’의 후원을 받아 장병인 하우스컨설팅대표가 디자인한 작품으로 팬데믹시대에 방역보안관인 고양이의 역할을 강조했어요. 전염병을 옮기는 쥐가 고양이 분변냄새만으로도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한다는 내용을 표현했죠. 이외에도 최근 4월에는 서대문구청과 공원 두 곳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좋은 이유’ 나무안내판을 디자인해 제작, 설치했어요. 설치 후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글귀를 설명해주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죠.”
 
조 대표는 지난해 18살 새봄이를 보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정든 고양이들을 떠나보낼 때라고 말했다. 연락이 두절돼 입양을 보낸 아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입양과정 역시 힘든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단체 활동을 하며 뿌듯한 일도 많았다.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도둑고양이’를 ‘길고양이’라는 표현으로 바로 잡았을 때라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포털 사이트에 ‘a stray(길을 잃은) cat’이나 ‘an alley(골목) cat’ 등 길고양이를 검색하다가 아직도 도둑고양이로 번역돼 있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심지어 외국에는 ‘Ally Cat Allies’라는 길고양이단체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도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a thief cat’으로 번역됐었죠. 능률출판사, YBM, 교학사, 금성출판사, 옥스퍼드, 동아출판사 등 여러 출판사와 타임즈코어(주니어타임즈) 등 잡지사에 수정을 부탁하는 전화와 메일을 드렸는데 흔쾌히 수정해주셨어요. 특히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에서는 바로 수정해줬죠.”
 
“stray(길을 잃은) cat, (an) alley(골목) cat이 도둑고양이에서 ‘길고양이’로, (a) feral(돌아다니며 사는) cat, (a) wild(야생의) cat이 도둑고양이에서 ‘야생고양이’로 바뀌었어요. 도둑고양이라고 하면 보호가 필요한 존재 그리고 생존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어쩌면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도 있는 존재가 돼요. 오명을 벗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에 보람을 느꼈죠. 앞으로는 ‘동네고양이’로 표기될 수 있기를 바라요.”
 
조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도 전했다. 주민들의 인식개선만큼 중요한 것이 캣맘 교육이라고 생각해 지난해 1월 서대문구 최초로 동물정책 토론회를 필두로 가디언 학교를 계획했지만 코로나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비록 지난해에는 못 했지만 올 7월에 서대문구청과 함께 5주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잠재된 가디언이 많은 서대문구… “동물과 사람 모두가 행복한 공간을 만들고파”
 
▲ 서동행은 동물과 사람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품어주는 삶을 꿈꾸는 단체다. 사진은 2018년 4월 신촌거리문화축제 당시 길고양이 인식개선을 위한 버스광고 후원행사 모습. [사진제공=서동행]
 
“서동행이 추구하는 가치는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에요. 동물만 생각하거나 사람만 생각하고 대립하기보다는 동물에 대한 예의와 사람에 대한 예의가 다르지 않음을 아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요. 동물과 사람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품어주는 삶을 만들고자 하죠.”
 
“이를 위해 서동행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에요. 7월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5주 프로그램으로 서대문구청과 함께 가디언 학교를 열 예정이고 ‘TNR과 고양이질병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수의사님들을 초빙해 강연도 개최할 계획이에요. 현재 길고양이 ‘We~풍당당화장실’을 디자인 중인데 ‘We~풍당당겨울집’도 제작할 예정이에요. 올 연말에는 ‘We~풍당당급식소 사진전’도 열 계획이에요.”
 
조 대표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세미나를 열어 주민들과 이해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포털사이트 내 어학사전의 시대에 맞지 않는 ‘도둑고양이’ 용어를 ‘길고양이’로 바로 잡았지만 외국어 번역의 토대가 되는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여전히 ‘도둑고양이’로 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차례 ‘도둑고양이’란 단어에 {고어}표시와 함께 ‘길고양이’ 단어의 동시 등재를 제안했으나 도둑고양이와 길고양이는 개념이 다르고, 도둑고양이는 아직도 쓰이는 단어라 수정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2013년부터 정부 공식문서에서도 ‘길고양이’를 정식명칭으로 쓰고 있는데 어느 기관보다 ‘말’과 ‘단어’가 주는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국립국어원이니 올해는 시대를 반영해 수정해주실 거라 믿어요. 동물학대근절에 일조하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니 긍정적인 검토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요.”
 
조 대표는 끝으로 단체 회원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알려주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서동행의 캠페인에 협조해준 시민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3년 전 구청 주무관님과 함께 거리 캠페인을 나간 적이 있어요. 주민들에게 인식개선 전단지를 나누어 드렸는데 한 할머니께서 고양이를 싫어하신다며 뿌리치고 가셨어요. 다음 날 홍제천으로 자리를 옮겨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공교롭게 그 할머님을 또 만났죠. 할머니께서 저희를 알아보시며 “고양이가 너무 싫은데 우리집에 새끼를 낳았어. 그래도 밥은 줘야지” 하시며 할 수 없이 밥을 주고 있다고 하셨어요. 이에 감동해 저희가 가지고 있던 샘플 사료를 한 움큼 집어 드렸죠. 서대문구에는 이처럼 잠재된 가디언이 많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